1. 들어가며
작년 올해 한창 기획팀에서의 업무로 힘들어할 때, 옆팀 현자 언니가 선물해준 책이다. 그때는 나의 8년차 커리어에 가장 큰 쓰나미 시절이었다.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6년차까진 매번 성공적인 고과를 받으며 나름 잘해오고 있었는지라, 브레인들만 간다는 기획팀에 차출되었었다.(영광스러웠다) 지주사 별도 및 자회사 연결 손익 관리를 주로 하며, 날카로운 숫자 분석과 풍성한 배경지식 등으로 의사결정자에게 최고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멋진 일었다!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고!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IT지식을 스스로 공부하며,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 여러 업체 담당자들을 만나고 최상의 조건으로 우리 회사에 필요한 것들을 조달하며 성과를 달성하고, 그 와중에 스스로 "성장"이라는 것에 큰 방점을 두고 직장생활을 해오고 있었던 터라, 업무 형태가 다른 기획팀에서의 매일매일은 제가 지나온 시간보다 정말 다르다고 느껴졌다. 그 팀의 리더십 조차, 상위 의결자의 의견에 따라 많이 바뀌고(소위 '갈린다'라고 하죠 ㅎㅎ) 있었고, 그에 따라 차상위리더십 또한 명확한 갈피가 없이 지나오고, 그 때문에 명확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지? 나는 이사람들을 얼마나 만족시키고 있지?" 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스타일인 저는(이것도 긴 터널을 다 빠져나오고 나서 알았다), 그 방식에서 견딜 수가 없었다. 더불어 몹시 자주 새벽 2시, 3시를 찍어도 끝나지 않는 과중한 업무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것이 일년이 넘어가니 몸이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자기 전에 눈물이 너무 많이 나고, 우울감에 시달렸다. 공황이 찾아왔고, 상담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이 책을 선물받아 읽기 시작했다.
2. 나를 증명하려고 애쓰지 마라. 이제 나를 표현하라
우리는 증명되는 존재가 아닌 표현하는 존재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표현하고 전달하면서 완성되는 존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직 '나다움'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열정이나 부지런한 노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에 대한 지독한 성찰, 성공에 대한 나만의 뚜렷한 기준, 기회에 대한 객관적 판단과 지속적인 행동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 보여지고 증명됨으로써 인정받는 내가 아닌, 나다움을 제대로 표현함으로서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나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나다워야 지속되며, 지속 가능해야 성장할 수 있고, 그 성장이 곧 나다운 성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책, page 7)
나는 어쩌면 계속 피드백을 바라고, (주니어 월급쟁이로서 어쩔 수 없겠지만) 어떤 기준에 맞추어 내 성과를 잘 달성했는가? 를 절대적 기준으로 놓고 직장생활을 해왔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분들의 기준에 맞추어 나는 우수 사원이 되었고, 입사때보다 연봉을 2배나 올릴 수 있었다. (이건 나의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그 방식에서 잠시 멈추어야할 때가 된 것이다.
"나는 이제 어떤 중심을 가지고 일 할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열었다.
"우리는 자기 자신 외에는 어느 누구도 될 필요가 없다." (버지니아 울프)
3. 목표는 하루 치면 충분하다. 성공은 사람을 통해서 온다
일과 삶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이 우리의 생이다. 그 모두를 낱낱이 누리며 매일매일 주어지는 리워드를 '최대한 야무지게' 챙기는 것이 손해 없는 인생을 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깨졌을 때도 거기서 배우는 게 있고, 고단한 직장생활이라 해도 소소한 재미들은 있게 마련이다. 실패와 절망감에서 오는 뼈아픈 교훈조차도 모두 보상이다. 거기서 내가 누릴 모든 것을 움켜쥐어라. 몰입해서 내 것으로 누려라.
지금만 쳐다보자. 목표의 달성이란 나 혼자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몫은 그저 과정을 책임 지는 것. 그거 하나만 딱 부러지게 하고 나머지는 맡겨버려라. (나의 경우 또 나의 God에게)
목표는 잊고 과정을 움켜쥐자. 오늘, 지금을 춤추듯 즐기자.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다. (책, page 109)
...그리고 성공은 사람을 통해서 오는 것임을 알자, 내가 다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Success is only through others."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성공"이 뼈에 사무치는 나로선 이 단락이 엄청 와닿았다. 나는 기쁨을 나중으로 유예하는 스타일이었다. '이것만 더 하면, 이것만 끝내면' 그러나, 그 시간들은 결국 오지 않았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일년 내 기다리다 트리 근처에도 못가본 아이처럼 눈물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내가 나를 몰랐던 것이다. 나는 기쁘지 않아도, 나는 매일 노력만 해도, 굳이 오늘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 자신을 몰라주고 앞으로만 달렸던 것이다. 그때 내 안의 내가 말했다. "나 안괜찮아."
4.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할 것
불편해 하는 내 감정은 옳았다. 나의 감정은 그대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감정과 상관 없이 마땅히 내가 취해야 할 옳은 태도를 취했어야 했다. 감정이 태도가 되게 내버려두면 안 되는 거였다. ... 감정과 태도의 구분.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는 일. 나는 여전히 그 싸움을 하고 있다. 당신도 여전히 그 싸움을 하고 있을 테다. 그 전쟁에서 승리하는 날을 더 늘리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자신을 넘어서는 훈련을 멈추면 안된다. (책, page 140)
나의 MBTI는 ESTJ다. 사실 T라고 하지만 이건 내가 나를 T로 만들어서 그렇지 내 안에는 F기제가 너무나 많다. 하도 T로 오래 살아와서 그런지 내가 T인가 F인가 헷갈린다. 그렇지만 사람은 여러 면이 있는거니까 ^_^ (이 책에서도 그것이 건강하다고 나온다) 그래서 나는 내 맘속에서 스스로 많이 싸운다. "이것가지고 뭘? 그냥 '글쿤'이라고 하고 넘기자" 라고. 회사 생활 하면서 절대 감정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감정을 쓰면 나는 감정이 폭발할 것 같고, 그래서 내 공든 탑이 무너질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 방법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내 감정 그 자체는 옳다. 옳지만, 그 감정이 태도가 되지만 않게 하면 되는 거였다. 감정을 알아주되, 내 태도로 이어지지 않는 강한 심장을 갖는 것. 그것이 내가 지금 필요한 태도였다!
5. 일로 보여주고 일로 보상받을 것
그러나 일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일이 나의 성장에서 갖는 의미나 일하면서 누릴 수 있는 '진짜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근로 시간은 줄고 일하는 방법은 바뀌더라도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과 보람은 더 커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일은 나에게 물질적 재화를 주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나의 자아는 일을 통해 확장되고 변화한다. 일은 나를 나답게 성장시키는 중요한 매개체다.
... 청소하는 사람이라 해도 '나는 청소를 한다'고 규정할 수도 있고, '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청소하는 사람이다'라고 규정할 수도 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이라면 그 일을 통해 공헌할 수 있음을 고맙게 여기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일이라는 건 그걸 통해서 변화될 사람, 더 나아질 세상을 보는 프리즘이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일한다는 것'의 최고 장점이다. (책, page 168-170)
일을 통해 더 나아질 세상을 꿈꾼다? 나에겐 이런 명제의 그림자조차 한번도 울린 적이 없다. 내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 회사 전체의 방향성은 그렇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사람들의 삶이 나아진다고. 우리의 일을 통해 대한민국은 더 연결되고 변화하고 소통한다고. 나는 근데 내 일에서 그 가치를 찾기가 어렵다. 내가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사람들에게 기여를 한다는 거지? 물론 큰 시야로 바라보면 그렇다는거 나도 안다. 근데 나는 좀 더 직접적인 사람인가보다. 나는 내 일이 사람들과 좀 더 맞닿아있기를 원하는 사람인가보다.
6. 나를 증명하려 들지 말고 표현할 것
상황이 어렵고 일이 꼬일수록 답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타인에게로만 향하던 시선을 내부로 돌려야만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을. 타인의 평가가 아닌,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알아야 할 것과 말해야할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때 외부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 오래전 그 경험을 통해 나는 누군가에게 '증명'하는 존재가 아닌 '표현'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증명하려 할수록 망하게 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나의 내면, 내가 할 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나아가 내 방식대로 표현해야 한다.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돌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 벼랑 끝에서 얻게 된 소중한 교훈이다. (책, page 175-165)
내 안에서 답을 찾는다. 나는 그동안 내 안의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더 앞으로 나아가지,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자리에 더 빨리 올라갈까 를 고민했다. 나는, 그래서 남들보다 빨리 갔고, 높이 갔다. 그러다보니 나는 손에 아무것도 없이 그냥 산 중턱에 올라와 있는 느낌이었다. 다시 내려가기엔 아깝고, 더 올라가자니 갖고 있는 것이 없어 무모해보였다. 나를 증명하려는 매일이 힘들었고 증명하지 못하는 것 같은 날이면 나는 그 순간부터 집에와 잠에 들 때까지 자책했다. "아 왜 생각 못했지. 아 완벽하게 할 수 있었는데 오늘도 실수했네. 아 왜 맨날 티끌같은 실수 하는거지" 라며, 나를 다그쳤다. 그런데 옆을 보니 나보다 연차 많은 선배들도 실수하고, 다시 정정하면 되고, 그럴수도있지~ 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나는 '자의식 과잉'인건가? 나는 왜 내 실수를 용납하지 못할까? 그 이유는 바로 안테나 였다. 나는 안테나가 바깥으로 멀~리 세심~하게 뻗어져있는 사람이라, 남들에게 비추어보는 내 모습만 보며 살았던 것이다. 이제야 깨달았다.
이 책을 보며 나는 커리어 우먼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넘어, 내가 어떤 삶의 태도를 갖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실패의 경험을 겪으며, 나는 이런 일을 하면 어떨까? 라고 이제 내가 답안지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답안지 같으면 닥치고 채워넣었는데 말이다. 대학생때 수강신청을 할 때처럼,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하고, 열심히 하고, 즐기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왜이렇게 오늘의 100점에 목숨을 걸었던가. 모든 사람이 내 채점위원이 되어 나를 평가하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다시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선물한 마음 따뜻한 광교여신에게 감사를....💖
책 선물의 쪽지마저 핫팩같이 따땃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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